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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10 미녀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

Culture Club 2007/01/10 14:28 posted by 빈센트

연말에 아내와 함께 "미녀는 괴로워"를 봤다. 비교적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고 그런대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마침 경쟁작들의 흥행파워도 별로인지라 별 무리없이 국내 예매율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영화를 보고난 뒤에 든 생각 두어 가지.

1. 왜 "미녀는 괴로워"인가?

제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기에 스즈키 유미코의 동명 원작 만화와 이 영화 사이에는 "뚱/추녀가 미녀로 변신"이라는 상황 외에는 거의 연관이 없는데 왜 굳이 비싼 판권료 물어 가면서 원작을 밝혔냐는 거다. 원작 만화에서 성형수술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뚱/추녀가 미녀로 변신한 뒤에 겪는 변화들을 표현하기 위한 다소 어거지스러운 장치인거지, 그게 어느날 밤 호박마차 타고온 마녀의 지팡이짓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갔다가 돌아와 깨어 보니 그렇게 된 것이건 전체적인 맥락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다. 그러나 영화는 성형 수술 자체가 주제. 시술하는 의사도 비중있는 조역으로 등장하고, 영화 클라이막스에서의 갈등해소도 주인공이 무대에서 성형 사실을 고백함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이 부분의 다소 억지스러운 눈물 짜내기가 좀 부담스러웠음)

즉 원작 만화와 영화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이건 감독 스스로 인정 내지는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굳이 "미녀는 괴로워"에 판권을 주지 않아도 그만이었을 거라는 얘기다. 시침 뚝떼고 다른 제목으로 개봉했더라도, 이걸 갖고 표절이네 어쩌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나처럼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본 사람 중에도 드물 거라는 거지. (아니 요새는 사실 안본 사람들이 더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것 같기는 하다) 요새 연예인이고 일반인이고 성형수술이 워낙에 대세여야지 말야. 더구나 비슷한 주제나 내용을 가진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데. 오히려 "Just Friend"가 원작 만화와 더 비슷한 내용이다. (이 영화는 안봤지만 예고편이나 출발비됴여행 등을 보고 파악한 내용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물론 만화에서 영감을 받았을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린 이 영화를 굳이 "미녀는 괴로워" 극장판으로 건 이유는, 어느 정도 마케팅적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물론 일반 관객 중에서야 90년대 후반에 나온 원작 만화를 본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많은 경우 만화광 내지는 만화팬일 가능성이 높은 영화 관련 기자나 블로거들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원작을 재밌게 본 그들의 기대에 찬 프리뷰들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전체적으로 고조시켜 초기 흥행 성공을 유도하게 하자,는 고도의 전략이 아닌가, 하는 것. 아니면 말구.

2. 주진모의 캐릭터

내가 보기엔 이 영화에서 주진모의 캐릭터는 당췌 일관성이 없다. 외모로 사람 차별하지 않는 따뜻한 미남이었다가 앞으로는 잘해주는 척 하면서 뒤로는 사람을 철저히 이용해 먹는 냉혈한이었다가 사적인 감정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프로페셔널이었다가... 물론 배우의 탓은 아니고, 감독이 이 부분에 신경을 덜 썼거나 아님 처음의 의도와 다르게 시나리오가 수정이 되었는데 나중에 개봉일 쫓기고 해서 대충 갔거나 했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최민식이 <해피엔드>를 찍고 나서 했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영화 내내 잘 나가는 아내에게 기죽어 지내던 무능한 남편 최민식이, 아내(전도연)가 바람난 것 까지는 참을 만한데(그러고보니 그 상대가 주진모였네) 애까지 내 팽겨치는 걸 보고는(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우고는 정부를 만나러 감) 눈이 훼까닥 돌아가 냉혈한 살인마로 변신, 결국 그녀를 살해한다. 이 부분에서 특유의 광기 어린 연기에 (나를 포함한) 관객들이 경악을 하게 되는데, 정작 본인은 그 부분의 연기가 무척 아쉽고, 할 수만 있으면 다시 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하더군. 이유인즉슨, 애초에는 그가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은 어디까지나 꿈속에서 혹은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로 되어 있었단다. 그래서 작정하고 성격 변신을 시도하여 최대한 잔혹한 살인자의 모습을 연기했는데, 촬영 다 마치고 편집 작업 중에 감독이 돌연 마음을 바꿔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로 처리했다고. 최민식의 연기관에 의하면 아니 어떻게 계속 나약하고 주눅들어 있던 인간이 갑자기 그렇게 변신을 할 수가 있냐는 거지. 만약 그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큰 충격을 받아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관성에 머뭇거리게 된다든지, 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드러나는 연기를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인 거다. 그런 미묘함이 어떤식으로 연기에 표현될 수 있는 건지는 나같은 범인은 전혀 모르겠으나 하여간 배우는 배우다.

헐리우드의 영화 관련 프로그램들을 보면 꼭 배우가 나와서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들이 나오곤 하는데, 예를 들어 "잭은 그러니까, 음... 어릴 적의 경험 때문에 하고 싶은 걸 잘 표현 못하는 성격이에요.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 마음 먹고 준비한 발표가 잘못돼서 친구들한테 톡톡이 망신을 당한 이후로는, 항상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왠지 소극적으로 매사를 처리하는 거죠. 블라블라" 라는 식으로, 영화 내용에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은 그 캐릭터의 세세한 부분들을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는 한다. 말하자면 캐릭터에 대한 설정을 그렇게 철저히 해서 연기한 거다, 라는 얘기인데, 뭐 막상 영화를 보면 꼭 그렇게 제대로들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하여간 헐리우드의 관행으로는 그렇게 하는 걸 기본으로 치기는 한다는 거지.

3. 립싱크

가수가 노래하는 동안 무대 뒤에서 립싱크 한다는 설정은 말도 안되는 어거지인데도 크게 문제 제기들을 안하는 거 보면, 빅마마의 뮤직비디오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녀는 괴로워 1  스즈키 유미코 지음
여자는 미모가 최고라는 통념이 지배하는 현실을 비꼬는 코믹만화. 못생기고 뚱뚱했던 한 여자가 수천만원을 들여 완벽한 성형미인으로 재탄생하지만, 예전처럼 남들의 눈치를 보고 자기를 희생한다는 내용이다. 다소 황당하지만 따뜻한 웃음이 넘치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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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14:28 2007/01/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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