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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27 스모크

스모크

Culture Club 2006/10/27 18:38 posted by 빈센트

(2006.2.16자로 싸이에 올렸던 글)

한동안 손놓고 있던 싸이질을 요새 다시 시작하다보니...
간만에 일촌들 홈피나 죽 돌다가 누군가가 제임스 딘 형님 사진 올려 놓은 걸 보고 또 온갖 잡생각이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데, 스크랩으로 퍼올라다 보니 좀 애매해서 그냥 내가 따로 적기로 작정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때 그때 시류에 따라 유행하는 청춘 스타 꽃미남 어쩌구들이 아무리 설쳐대도, 시대를 초월하는 제임스 딘 형님의 이 강렬한 카리스마에는 '따거'를 외치며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지 싶다. 이제 돌아가신지도 50년이 넘었으니 대충 촌스러운 아우라가 풍기기 시작할 때도 한참 지났건만, 어째 세월이 흐르면 흐를 수록 점점 더 멋있어지시는지 옌장.

그나저나 위의 것도 그렇지만 그의 강렬한 포스가 뿜어져 나오는 사진들은 거개가 예외없이 담배를 피워 대고 있는 모습들이다. 당시 시대 상황이 흡연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관대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새 할리우드 영화에서 천하에 개잡놈 호로색휘 악당들 말고 주인공이 담배 빼물었다간 난리가 난다..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흡연이 멋있는 거라는 착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어쨌거나 그때문에 더욱 그의 이미지는 항상 어딘지 모르게 퇴폐적이면서도 자기 파괴적인 면을 내포하고(아니 내포가 아니라 대놓고 드러내는 건가...) 있게 마련이다. 결국 그게 도가 지나쳐 2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여 스스로를 신격화하긴 했지만. 나이 40이 되어서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브래드 피트나 일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탐 크루즈와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거다.

쓸데없는 얘기 끄적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 예전에 코넬 대학 교수라는 양반(Richard Klein)이 담배 끊어보려고 애쓰다가 포기하고 썼다는 "담배는 숭고하다 Cigarettes Are Sublime"이라는 책을 혹해서 사서 읽다가 하도 재미가 없어서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다. 책의 요지는 그러니까, 그토록 해로운 담배를 사람들이 죽어라고 피워대는 이유는 담배의 유해성을 몰라서도, 담배의 중독성 때문도 아니고, 다시 말하면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가 아니라, 그것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때문에(because of)>라는거였는데...칸트의 판단력 비판에 의하면 숭고함이라는 것 자체가 자기 파괴의 미학을 내포하고 어쩌구 저쩌구...뭐 그런 얘기다. 흡연자들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주제/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어려운데, 이는 번역자의 무능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번역문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도 그렇지만, 이 번역본이 국내에선 절판된지 오래인데 아마존에서는 아직도 팔고 있고 또한 독자평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는 걸 보면 그런 심증이 더욱 굳어진다.

"...담배는 사르트르적인 전유의 대상물이 될 수 없다. 그것들은 오히려 제공되는 순간 무차별하게 수용될 수 있는 추상적이고도 몰개성화된 실제물인 것이다. 질적인 면에서 결정을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하는 담배는 일종의 대리자아가 되는 환상과 우리들의 가장 친근한 주체성의 구체화를 조장하려는 노력을 좌절시킨다..."

이게 대체 무슨 개풀뜯는 소리란 말인가? 번역자가 무슨 뜻인지 알고나 옮겼는지가 의심스럽다. 차라리 웨인 왕이 감독하고 폴 오스터가 각본을 쓴 영화 "스모크"를 보는게 훨씬 낫다.

"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는 것은 우리 영혼의 무게를 재는 것과 같다네.. 월터 랄레이경이라고 들어봤니? 영국에 담배를 소개한 사람이지.. 한번은 그가 여왕과 내기를 했다네. 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겠다고 말야.. 여왕은 터무늬없는 소리 말라고 웃어 넘겼지만 랄레이경은 여왕 앞에서 연기를 무게를 쟀어.. 이렇게 말야.. 먼저 안 피운 시가를 집어서 천칭 저울로 무게를 쟀어. 그리고는 그 시가에 불을 붙여 피우면서 재를 저울 접시에 턴 뒤 꽁초도 그 위에 올려놓고 다시 무게를 잰거야. 처음 무게와의 차이가 바로 담배 연기의 무게라네."



"스모크"에 등장하는 이 대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나중에 영화 "21그램"에서도 등장하는데...사람이 죽으면 신기하게도 21그램이 줄게 되는데 그렇다면 이것이 영혼의 무게란 말인가? 하는 내용이라고 대충 생각하면 된다.

ps.

지난 번에 무슨 영화였더라 하여간에 롱샷 얘기를 적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스모크"에 등장하는 롱샷 또한 절묘하기 이를 데없다. 3개의 연관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게 마지막 이야기인데, 말 그대로 "이야기"다. 뭐냐 하면 바에 주인공인 톰 허트와 하비 케이틀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데, 하비 케이틀이 자신이 젊었을 때 있었던 이야기를 그냥 죽- 해준다.

놀라운 것은 그가 얘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한번의 장면 전환도 없이 그냥 하비 케이틀(극중 이름 오기렌)의 얼굴만 비춰준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마치 그가 바로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처럼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절묘한 것은 처음에는 얼굴 전체를 보여 주다가 아주아주 조금씩 클로즈업을 해서 이야기 끝날 때는 화면 전체가 그의 입을 비춰주는데, 관객들은 그제야 눈치를 채게 된다는 거다. 웨인 왕의 뛰어난 연출력, 하비 케이틀의 완벽한 연기, 폴 오스터의 흡인력있는 이야기가 멋진 조화를 이룬 명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과연 하비 케이틀이 그 긴 대사를 다 외워서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눈을 보면 프롬프트를 읽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지...아마도 이야기를 완전히 체화한 뒤 배역에 몰입해서는 대본에 상관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얘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얘기는 하도 재밌고 감동적이어서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Auggie Wren's Christmas Story"라는 별도의 책으로 나왔을 정도니(물론 영화 개봉 이후에) 한번 읽어들 보시기 바란다. 물론 영화도 무척 훌륭하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 지음, 김경식 옮김
웨인 왕이 감독하고 하비 키틀, 윌리엄 허트 등이 출연한 영화 '스모크'는 폴 오스터의 단편소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었다. 이 책은 문제의 그 12쪽짜리 단편과 함께 제작과정의 재미난 뒷얘기들, 영화 시나리오 등을 선물상자처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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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7 18:38 2006/10/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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