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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Culture Club 2008/02/25 15:07 posted by 빈센트

페니웨이님 블로그에 공각기동대에 대한 글이 오랜만에 실려서 재밌게 읽었는데, 예전에 공각기동대 극장판 2편이라 할 수 있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Innocent"를 보고 와서 적었던 글이 생각났다. 날짜를 보니 2004년 10월인데, 그때는 블로그가 없고 싸이질 하던 땝니다.

지금 다시 읽어 보니 참 불과 4년 전인데 그때만해도 감수성 까칠했었네,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 전이라 그랬겠지. 예전 글 재탕하자니 좀 미안하긴 한데, YouTube를 뒤져 보니 공각기동대 관련 동영상들이 꽤 올라와 있고 Google image 검색으로도 쓸만한 자료들이 제법 나와서, 그걸 삽입하는 걸로 재탕이 아닌 revision임을 강조.

(2004년 10월 12일 싸이에 올렸던 글입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Innocent"를, 주말에 혼자 랜드시네마 가서 보고 왔다. 95년에 개봉해서 단숨에 전세계 사이버펑크 매니아들을 사로잡아 버린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속편. 감상: 어렵다, 어려워...

영화는 시종 일관 1.2~1.5G 정도 되는 무거운 공기 속에 잔뜩 가라 앉아 있고 주요 등장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의 절반 이상은 난해한 속담이나 철학적인 인용문들이다. 이는 1편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기억... 사실 공각기동대를 전세계 사이버펑크 매니아들의 숭배 대상으로 만든 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이었지만, 나는 1편이나 2편이나 극장판에 여러 가지로 불만이 많다.

1. 시로우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는 얼핏 보기에 극장판에 비해 가벼워 보인다. 캐릭터들도 훨씬 만화적이고(...라기보다는 극장판이 원작의 만화적 요소들을 제거해 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지), 유머러스하며, 심지어는 간간히 SD(Special Deforme - 인체 비례가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극화체 만화에서 가끔씩 코믹한 효과를 주기 위해 머리는 크고 팔다리는 짧은 귀여운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 우리 나라에서는 그냥 '숏다리'라고 함) 모습까지 선보인다. 그러나 그 주제 의식이 보여주는 사이버펑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여기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존재론적인 질문들은 2시간 짜리 극장판이 아무리 심각해봐야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다. 더구나 표현이나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도 훨씬 적나라하고. (예를 들어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은 원작에서는 레즈비언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묘사되는데, 임무가 없을 때에는 멍청하고 예쁘기만 한 여자형 사이보그들에 둘러 싸여 파티를 즐기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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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만화의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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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판 (SAC: Stand Alone Complex)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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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1편) 이미지들... 원작이나 TV판에 비해 캐릭터 처리가 다소 서구적이다


2. 극장판 속편인 Innocent가 개봉하기 전에 일본에서는 "Stand Alone Complex"라는 부제로, 공각기동대의 TV 시리즈 판이 방영되었었다. 감독은 카미야마 켄지. 제작사는 물론 극장판과 같은 Production IG. 1차 21회분이 방영된 후 2차 26회 분이 추가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1차분은 거의 봤지만 2차분은 아직 못 구해봤다. 여러가지 면에서 극장판과 원작 만화의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겠는데...캐릭터 디자인도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식 만화 캐릭터(그렇다 극장판의 캐릭터는 미국식이다!)이고, 극장판에 비해 한결 가볍다. 단 마찬가지로 각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주제 의식의 심각성은 극장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리즈 물의 특성상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전개되면서 치밀하게 엮이고, 그중 특정 주제(예를 들어 "웃는 남자 사건")는 여러 회를 반복해 가며 점진적으로 실체를 드러내기도 하는 등, 복잡한 주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공각기동대라고 하는 작품의 사상을 제대로 파악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시리즈물이었다고 생각한다.







3. 1편도 그렇고 2편도 그렇고 극장판에서 내가 제일 아쉬운 부분은 타치코마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원작을 갖는 작품의 영화화에 있어, 방대한 내용을 2시간 안쪽으로 압축하는 제 1단계는 불필요한 캐릭터를 제거하는 것이긴 하지만. 타치코마는 거미 같이 생긴 경찰 로봇들인데 인공 지능을 갖추고 있어 자체 판단에 의해 임무를 수행하면서 때로는 공안 9과 - 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이용하는 건 쿠사나기 소령 정도인 듯 - 요원들의 이동 수단 내지는 중화기 노릇도 한다. 다소 코믹한 캐릭터인데 고도화된 인공 지능을 갖추고 있으나 각 개체의 독립적인 자아는 없다. 이유는 이들이 매번 임무 수행 완료 시마다 서로의 경험치를 synchronize하면서 능력/사고를 평준화 시키는 시스템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애들이 약간 순진하고 어리버리해서 쿠사나기 소령이 가끔씩 놀려 먹기도 한다. 하여간에 지나치게 심각한 인간(?이라고 하기에 다소 어폐가 있으려나) 캐릭터들 사이에서 애교도 떨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나면 우쭐해 하기도 하면서 양념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다. 임무에 차출되지 않았을 때에는 자기들끼리 격납고에서 장기도 두고...욕심은 있어서 동료가 임무에서 복귀하면 서로 경험치를 먼저 다운 받으려고 지들끼리 다투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귀여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Stand Alone Complex"에서는 가끔씩 어울리지 않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져 놓고는 지들끼리 토론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헷갈리기 시작, 정신 못차리고 우왕좌왕 헤매다가 쿠사나기 소령에게 야단맞고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극장판의 무거운 분위기에는 분명 어울리지 않지만, 타치코마들을 오히려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보다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







4. 극장판이 TV 시리즈나 망가를 압도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인데, 이점에서 1편이 이룬 성가는 상당한 편이었지만, 이번 편은 1편에 비해 액션의 강도랄까, 하여간에 그런 부분도 다소 아쉬운 점이 많다. 1편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몰된 박물관에서 벌이는 인공 지능 전차 vs. 쿠사나기의 대결 장면에 등장하는 지독한 느와르적인 박력은 실사 영화가 절대로 따라 갈 수 없는 수준의 것이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 정도의 압도적인 액션 신이 없네...



(극장판 1편의 예고편.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타이타닉을 감독한 제임스 카메론이 이 영화의 박물관 씨퀀스를 보고 자기가 본 최고의 액션씬이라는 극찬을 했다는 소문이 있다)

5. 어쨌거나 그래픽과 비쥬얼의 정교함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특히 거대한 멜로디 박스를 중심으로 형상화된 해커 "김"의 저택의 미쟝센은 압권. 배경 설정의 "범아시아적" 분위기는 1편의 그것보다 좀더 진일보한 면이 있는 듯.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가와이 켄지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사건의 배경이 되는 미래 도시의 정경을 음울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1편에서는 홍콩의 세기말적 분위기에 다소 치중한 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중일 세 나라의 문화적인 코드를 교묘하게 섞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6. 나는 바토우라는 캐릭터가 별로 마음에 안든다. "Stand Alone Complex"에서는 아무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보니 토구사나 아라마키 경감, 이시카와 등 조연 캐릭터의 묘사가 상당히 정교한 편이고, 특히 요원 중 가장 순수한 인간에 가까운 토구사의 갈등이 시리즈를 엮는 중요한 축의 하나를 형성하고 있는데 극장판에서는 "바토우의 파트너로서는 쿠사나기에 한참 모자라는" 캐릭터 정도로 그치고 있어 아쉽다. 쿠사나기 소령도 실체없이 나중에 고스트만 "인형"에 다운로드되어 바토우를 잠깐 돕는 정도로 그치고 마니 완전히 바토우의 독무대.

7. 적다보니 왜 이리 길어지고 있는 것이지...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우리 나라에서는 컴퓨터를 그냥 컴퓨터로 부르거나, 정보처리 기능사류의 구닥다리 시험에서는 굳이 한자로 적느라 電子計算機 정도로 적지만,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컴퓨터를 "電腦"로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일본에서도 요새는 "コンピュ-タ-"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고 중국에서는 計算机라는 표현도 많이 쓰지만) 컴퓨터를 計算機로 풀이하는 것과 電腦로 풀이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는 단순히 용어 선택의 차이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인식에 있어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전부터 했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을, 물론 하이데거의 책에서 읽은 건 아니고 어디선가 줏어 들은 적이 있거든. 참고로 한중컴퓨터 용어사전을 보면 바이러스는 "電腦病毒", 노트북 컴퓨터는 "筆記本電腦"이라고 적혀 있다...Sun Microsystems는 太陽電腦公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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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raken.fr/index.php/tag/gits/ 에서 찾았는데 타치코마 장난감도 어디선가 파나보다 아 이쁘다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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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15:07 2008/02/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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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페니웨이™ at 2008/02/25 23:40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시로 마사무네의 그림체가 사실 좀 맘에 안들더라구요... ^^;;아라마키 과장은 아예 원숭이처럼 그려놨죠 ㅡㅡ;;

    그건 그렇고 페이웨이(x)->페니웨이(o)입니다 ㅠㅠ

    그리고 중간에 이노센스의 영문철자가 좀 틀렸군요^^;;(태클은 아닙니다)

    •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8/02/26 10:29

      어익후 죄송합니다 바로 페니웨이로 고쳤습니다... 이노센트 철자 틀린 것 찾는데는 한참 걸렸네요 -.-;;

      시로 마사무네의 그림체는 전형적인 그 당시 일본 만화책 스타일이죠 근데 극장판은 약간 미국식 캐릭터라... 쿠사나기 소령의 귀엽고 섹시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잘 안 살더라구요 저는 SAC의 그림체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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