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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d mark

Culture Club 2006/11/20 12:47 posted by 빈센트

그저께 운동하다 등이 삐끗했는데 (견갑골과 척추 사이 부분...나이 들어 운동 빡시게 하려니 이게 쉬운게 아니네) 갈수록 점점 아파지더니 어제 저녁에는 숨 크게 들이쉬기가 곤란할 정도가 되더군. 등이 아프니 기타도 못 치겠고 밤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오랜만에 TV 켜놓고 스트레칭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소리없이 내 블로그를 감시해오던 아내가 이 부분에서 이의제기. 우울한 독신자의 생활이 연상된다나...아래에 적었지만 이 글을 작성한 시점은 결혼 전입니다. 예전에 싸이에 올렸던 글인데 싸이보다는 블로그에 적합한 글인 듯하여)

마침 온스타일TV에서 (이 케이블 채널은 컨셉을 참 잘 잡은 것 같다 딱히 여성 채널이라는 딱지도 없이 '스타일'이라는 컨셉 하에 아우를 수 있는 갖가지 재밌는 프로들을 잘도 틀어댄다) Sex & the City season3를 틀어 주고 있더군. 이 드라마가 지금 몇 시즌을 하고 있더라...하여간 꽤 지난 얘기긴 하나, 뭐 동아TV는 season10으로 마무리된 프렌즈를 벌써 세번째 뺑뺑이 돌리고 있으니 이 정도면 양반이지.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보고 앉았으려니 제법 재밌다. 등펴느라 표정은 잔뜩 찌푸린 상태였지만.

그러다가 새로운 표현을 하나 들었는데 바로 'skid mark'다. 사연인즉슨 미란다(변호사/냉철한 듯 하지만 약간 얼빵하기도 한 커리어 우먼 역할)가 요새 사귀는 남자랑 아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주말이면 그의 빨래를 해주는 것 조차도 즐겁게 하고 있는데(뭐 그래봐야 빨래통에 있는 걸 드럼 세탁기에 쳐박는 정도지만), 어느날 그만 빤쭈 똥꼬자리에서 누런 흔적을 발견하고는 질겁을 하는 거다. 이걸 캐리에게 얘기를 하는데, 그러면서 skid mark라는 표현을 쓴다. (물론 번역은 '응가자국'이라고 나왔다)

스키드 마크는 알다시피 교통사고 등으로 차가 급제동을 하면 도로 위에 남게 되는 타이어 자국인데...뭐 이걸 굳이 '응가자국'에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그럴듯 하기도 하다. 그런데 미란다가 캐리한테 말할 때는 분명 아무 앞뒤 설명 없이 "언더팬츠에서 스키드 마크를 발견하고 질겁했다"라고만 하는데도 캐리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거든. 그렇다면 얘네들은 '빤쭈에 남은 응가 자국'이란 의미로 '스키드 마크'란 말을 실제로 사용(작가의 순간적인 재치가 아니라)하고 또 그렇게 얘기하면 알아 듣는다는 말인데...흠. 뭐 미국인 전체가 그런지는 몰라도 최소한 뉴요커들은 그런가 보군.

(특히 과속으로 인해 발생하는)교통 사고라는게 워낙에 순간의 일이기 때문에 목격자들이나 본인의 주장은 별로 신빈성이 없다고들 하고, 스키드 마크가 혹시라도 남으면 사고 원인 추정할 때나 보험 회사들이 책임 소재 가릴 때 등등에 가장 유력한 증거 중 하나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추리/수사물이나 서스펜스 물의 단골 소재로 사용될 법도 한데, 내가 본 영화 중에 기억나는 영화는 굳이 따지자면 '법정 코미디물' 정도로 분류될 법한 92년작 '나의 사촌 비니 My Cousin Vinny' 정도네.



카라데 키드 랄프 마치오Ralph Macchio가 교통사고 냈다가 억울하게 살인 누명까지 뒤집어쓰게 되는 순진한 청년으로, 조 패시Joe Pesci가 그의 사촌이자 풋내기/얼치기 변호사인 '비니'로 나오는데, 극장 개봉을 했었는지는 모르겠고 대학 다닐 때 서클룸에서 비됴로 봤었다.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데 비해 꽤나 재밌는 영화였는데... 시종일관 어벙벙하고 못 미더운 모습을 보이던 '비니'가 막판에 자기 사촌이 사고 낼 때 남긴 스키드 마크(!)를 증거물로 멋진 역전 변론을 펼치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난다. 남는 것은 오히려 '비니'의 철딱서니 없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똑똑하고 속내도 깊은) 애인으로 나온 마리사 토메이 Marisa Tomei가 무척 매력적이었던 사실. 이 역할로 무명이던 그녀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도 받고 했으니 내 안목이 그리 틀리지는 않았던 듯하다.

이 여자는 그 이후에 나온 (그리고 내가 본) 영화 몇 편에서도 꽤나 매력적인데, 역할은 좀 오락가락 한다. 가장 가까운 예로 '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에서는 멜깁슨이 자주 다니는 카페에서 일하는 약간 덜 떨어지고 섹스 밝히고 남자에 의존하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조역으로 나왔고. 노만 쥬이슨 Norman Jewison 감독의 '온리 유 Only You'같은 낭만적인 소품에서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아주 매력적인 아가씨로도 나왔었는데 말이지. 말하자면 역할에 기복이 있단 얘기다. 신문사에서 특종을 둘러싸고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론 하워드 Ron Howard의 '페이퍼 The Paper'에서는, 바빠서 집에 못 들어가는 주인공 기자 마이클 키튼 Michael Keaton의 임신한 아내 역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 영화는 로버트 듀발 Robert Duvall, 글렌 클로즈 Glenn Close 등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하는 비교적 호화배역인데, 그에 비해서는 아기자기한 맛이 나는 영화다)

하여간에 내가 외모 연기 캐릭터 모두 좋아하는 할리우드 여배우 중 한 명이라는 얘기다. 앞서 예를 든 영화들은 다들 꽤 재밌는 영화들이다. '왓 위민 원트'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다른 영화들도 다 재밌을테니 기회된다면 봐 주시길. ('왓 위민 원트'에서는 이 얘기의 히로인 멜리사 토메이가 영 시시한 역할로 나오는게 좀 아쉽지만)

사진은 '나의 사촌 비니'의 포스터다. 아랫줄에 'A comedy of trial and error'라고 씌어 있다. 재판을 영어로 trial이라고 하고 'trial and error'는 또 '시행착오'라는 의미도 있으니, 영화 내용을 재치있게 압축한 라인이다.

[06.1.19자로 싸이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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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0 12:47 2006/11/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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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해르미 at 2006/12/05 16:43

    Marisa Tomei 배우. 참 자질구레하게 영화에 많이 나오는 편인데 첨에는 되게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으나(역할들이 뭐 다 이상해서 그런가?) 여러번 보니까 나름 매력이 있어보이긴 하더라구요.(젊은이한테는 안통하는 얼굴인건가?-.-)

  2.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6/12/08 10:29

    짝짝짝! 내 블로그에 첫 댓글을 다셨습니다. 나중에 밥사주께.. :)

  3. Commented by 해르미 at 2006/12/12 18:27

    꼭 사주셔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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