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비애라...

올블로그에서 이런 포스팅을 봤다.

http://blog.empas.com/emptydream/18943453

제법 많은 추천을 받고 댓글도 많이 달리고 한걸 보면, 확실히 개발자 혹은 IT 관련 산업 종사자가 많을 블로고스피어에서 많은 공감을 얻을 만한 내용인가 보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빠, 아빠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요?"라는 질문에 '개발자'가 하는 답변이다.

"삽질을 하지"

자신이 삽질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왜 내가 삽질을 하고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지식이 모자라서? 방법론이 잘못돼서? ...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십중팔구 PM이 무능해서 혹은 customer requirement가 너무 자주 바뀌어서, 라고 생각이 들텐데, 과연 그러한지 좀더 생각해 보라. 정말로 그러하다면, 첫째 내가 앞으로 개발자로서의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될 PM과 customer들이 과연 현재의 그들보다 나을지 둘째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건지, 한번 더 곰곰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PM이나 customer가 나에게 삽질을 하라고 시킨 건지, 그들은 나더러 개발을 하라고 했는데 내가 삽질을 하고 있는 건지 말이다.

"회의도 하고 영업도 뛰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회의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파악해 보고,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생각되면 자신의 의견도 개진해 봐라. 그렇지 않으면 백날 시키는 일만 처리하는, parameter를 줘서 call하면 return 값을 돌려주는, 자신이 짠 function이나 object/class와 다를 바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 영업도 마찬가지다. 개발자인 내가 왜 고객을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직접 고객을 만나 얘기를 들은 개발자/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개발자/엔지니어는 마인드가 달라진다. 고객이(시장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도대체 뭘 개발하겠다는 건가. 설마 "코드 한줄도 못 짜는 무식한" 영업이나 기획이 고객의(시장의)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해 줄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접대도 하고 고객전화도 받고"

마찬가지다. 고객과 직접 술도 마시고 하며 인간적으로 친해 지기도 하고, 고객이 어떤 부분을 불편해 하는지 직접 알 수 있는 기회다. 만화에는 고객이 '창이 안열려'라고 물으니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클릭해'라고 말하는 개발자가 등장하는데, 자신에게는(자신과 같은 부류의 소위 컴터 전문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인터페이스가 실 사용자인 고객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겠구나, 생각한다면, 다음번에는 좀더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아유 나한텐 이렇게 쉬운걸 못하니 이런 무식하고 짜증나는 customer가 어딨어 라고만 생각한다면 백날 그 자리.

"공부하면 일 안한다고 지랄하고 공부 안하면 무식하다고 지랄하고"

(자칭) 개발자들은 자신들 외의 직종은 공부를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굳이 학습조직을 들추지 않더라도, 현대 사회의 어느 조직이든 어느 구성원이든 공부를 안하면 도태되게 마련이다. 고로 이런 고민은 개발자 뿐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이 공유하는 부분이니 굳이 개발자의 처지에 한정할 필요 없다.

결론은 "아빠, 아빠 정말 개발자 맞어?"라는 물음에 "그러니까 너도 한때 호기심으로 이 바닥에 발 들여 놓지 마"라고 맺고 있다. 내가 보기엔 위와 같은 상황에 이런 식으로 짜증 섞인 대처밖에 못한다면 좋은 개발자는 절대 될 수 없다. 그러니 그럴 거라면 "한때 호기심으로 이 바닥에 발 들여 놓지" 않는게 좋다. 그러나 그런 태도를 가지고는 무슨 일을 해도 다 마찬가지일 거라고 본다.

ps. 그림을 그린 원게시자는 그냥 피곤하고 짜증나는 어느 날의 일상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할 것일텐데, 적다 보니 결과적으로 질타하는 글처럼 되어 버린 감이 있네. 그런건 절대 아니고 그의 기분에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하고 있길래(본인도 놀란 듯하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포스팅해 본다. 원게시자는 그림 재능도 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있으니, 분명 좋은 개발자 내지는 뭐가 되더라도 되시리라고 본다.

Posted by vincent

2007/03/21 13:27 2007/03/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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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개발자. ㅋ 2007/04/13 01:51 # M/D Reply Permalink

    음. 매우 분석적인 글입니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파한 당신은 아무리 봐도 공학도로군요. ㅋ 공학의 마인드가 뼛속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도 상당히 다른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멍청한", "왕 바보 아냐?",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거야" 등의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그 이면에는 님이 작성하신 글처럼, 그에 해당하는 분석적인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죠. 일명 "공학 마인드" 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님이 작성하신 글처럼, 그렇게 생각을 하자면, 굳이 개발자 아닌 사람들도 개발자처럼 되어야 하는거 아닐까요? 일례로, 유저들의 편의성을 위해서 공학자들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유저들은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더욱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죠. 국가 개념으로 보았을 때, 개개인의 지식 습득 및 활용의 증대는 국력의 증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개개인에 대한 개념으로 보았을 때도, 자신의 능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니 좋은 거죠. 그렇지 않나요?

    개발자의 마인드가 달라진다.. 그것참, 좋은 이야기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죠. 당연히 개발자는 공학도이며, 공학도일수록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습관성 마인드로 시야확보에 error 가 그득합니다. 그럴 수록 다른 분야에의 공부와 감성을 기를 수 있는 여유분을 확보해야 다른 마인드와 다른 시야를 가지게 되고 더욱 뛰어난 project 의 성공이 이루어지죠. 당연한거 아닙니까. ㅋ

    당연한건데, 안되니까 문제죠. ㅋ 일례로, 공자 가라사대, "임금은 임금, 신하는 신하, 아버지는 아버지, 아들은 아들다와야 한다." 라고 했다고 하죠. 이렇게 되면 아무 문제도 없을거라는 이야기를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한거 아닙니까. ㅋ 당연하죠. 매우 당연한데.. 하는 사람 있나요? 아들다운 아들. 아버지다운 아버지. 아무런 문제없는 화목하고 화목한 만큼 식상한 가정.

    당신이 개발자라면, Engineer 라면, 과연 엔지니어가 어떤 일을 할때, 최상위에 서야 하는 개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발자들도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공부를 하려는데, 공부 할 여건은 부족하고, 그렇게 부족하면 부족할 수록 자신의 무지가 더욱 뼈저리게 느껴지는 현실에 대한 막막함이 다가오는 것을, 당연스러운걸 가지고 뭘 새삼스럽게.. 라고 말씀하시는거 자체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욕한마디 나오게 한답니다. ^^

    뭐 그렇다고 해서 글 작성하신 분께서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죠. 저도 님이 쓴 글에 상당히 공감합니다. Negative 보다는 Positive 아닙니까. 인생이 다 그런 거죠. 게다가 마지막에 첨자하신 내용도, "나 감정있어서 이런말 한거 아니니까 오해하지마" 의 내용이 상당히 분석적으로 적혀 있어서 저로서도 뭐라 말하기 힘들군요 ^^ 하지만 너무 그렇게 분석적으로 꼬집어 잘못했다고 말씀하시는 걸로 봐선.. 굳이 찝지 않더라도 님의 현상황도 원작자와 비슷할 것 같군요.

    결론은, 님의 positive 는 분석을 위한 negative 로부터 발현되었다.. 는 느낌이 강하게 드오니,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좀 늘려가면서 생활하셨으면 한다.. 는 것입니다. 괜히 읽는사람 열받잖아요? ㅋ

    p.s. 참고로. 모든것은 Trade off 입니다. 이정도의 힌트라면 엔지니어의 최상위 개념이 먼지는 이해하실듯..

  2. 저도 개발자. ㅋ 2007/04/13 02:08 # M/D Reply Permalink

    한마디 더 추가하자면, 삽질하는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거죠. 글 작성자가 한국 기업에서 일하시는지, 외국기업에서 일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개발자는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공학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관리자의 전횡으로 이루어진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 를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일례로, 온라인 게임 시장을 보더라도 알 수 있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돈을 마구 벌어가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일명 "눈보라사" 가 왜 인기가 있을 까요?

    그들만의 특별한 것이 있다? 우리나라 게임 기업들은 돈이 없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실력이 없다?

    그런 이유인가요..? 제가 듣기로, 월드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을 한번 해본 사람은 절대로 다른 게임을 못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NC Soft 에서 외국 개발자들 데려다가 만든 게임 폭삭 망했는데 이걸 어쩌나 ㅋ

    이런걸 더욱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1. 빈센트 2007/04/13 10:33 # M/D Permalink

      긴 댓글 감사... 근데 이정도로 긴 글이라면 트랙백을 거셨으면 더 좋을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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