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Sicko를 보고 나서 적은 포스팅에 이어서 적습니다.
1.
지난 주말에 보스턴에 살고 있는 친구 K와 통화를 했습니다. 아래는 통화 내용 일부의 재구성.
나: (전략) 아 그건 그렇고 나 지난 주에 마이클 무어의 Sicko 봤다... 좀 무섭던데?
K: 그게 한국에선 좀 늦게 개봉한 모양이더군 난 여기서 작년엔가 재작년엔가 본 것 같은데
나: 근데 그게 진짜로... 미국에선 그렇게 의료 보험이 깝깝한 거냐?
K: 응 상당 부분 사실이야...문제가 많지
나: 황당하네
K: 그러니까 말하자면... 보험 없는 사람이 어디서 좀 다쳐갖고 까졌어. 겁나서 병원에 가보면 간호사 잠깐 봐주고, 잠시 후 의사가 잠깐 봐주고는, 빨간약 바르라고 처방전 한장 써주고 끝내는 거지. 그러고 나면 20만원 쯤 청구 되는 거고. 물론 약값은 별도.
나: ...
K: 보험 가입 안돼 있는 사람들은 한번 다치거나 아프면 큰일 나는 거야... 그런데 그 영화 때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영화 보고난 즈음해서 내가 사는 메사추세츠에선 최소한 우리 주에서 만이라도 모든 사람들이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겠다고 법을 개정하더군. 51개 주 중에서 최초로
나: 호오
K: 말하자면 Universal Health Coverage라는 거지... 근데 이게 웃기는 게, 주정부에서 의료보험을 보장해 주는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강제로 사보험에 가입시키는 거야
나: 으잉?
K: 나야 직장이 있으니 회사에서 의료보험료를 절반 정도 보조해 주지만... 거의 보장 안해주는 제일 싼 보험도 월 불입액이 사십 만원 정도 한다는데, 수입이 적은 사람들한테는 이것도 큰 돈이지. 가난한 사람이 내가 아플지 안 아플지 모르는데 매달 사십 만원씩 쌩돈이 나간다고 생각해봐
나: 최소 연간 오백만원쯤 하는 거군
K: 이게 특히 이민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는게, 한인사회만 해도 대부분 자영업자들이니까 의료보험 가입 안한 사람들이 꽤 많어. 그런데 이 사람들이 다 강제로 들어야 하는 거니까...
나: 잠깐, 그런데 사보험 가입을 어떻게 주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거지? 배째고 안 들겠다고 하면 사기업이 강제 징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K: 그게 개정된 법의 핵심인데... 보험 가입 안한 사람들은 연말에 세금 정산을 안해주나봐
나: 허거덕 -.-;;
K: 첫해는 그렇게 했고... 올해 부터는 세금 정산 뿐 아니라 실제로 벌금까지 물리는 모양이더군. 얼만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해마다 벌금 징수액을 올릴 예정이고
나: 골 때리는군.
K: 지역 한인신문을 그렇게 열심히 보는 편은 아니고 가끔가다 제목만 대충 훑어 보는데, 이 문제가 꽤 자주 나오더라구. 세금정산 안해줘도 작년까지는 버티는 사람이 많았었는데, 올해는 벌금까지 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건가...를 고민들 하는 모양이야
나: 결국엔 또 보험 회사들만 떼돈 버는 거군. 주 정부에 로비 꽤나 한 모양인데?
K: 위기는 기회다... 라는 거 아니었을까
나: 아 그건 그렇고 이메가가 미국 가서... (후략)
2.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강조했지만 제 생각에 우리나라의 국가의료보험 체계가 개악된다면 그 핵심은 당연지정제[fn]그러니까 모든 의료기관은 국가의료보험의 (당연)지정병원으로써 의료보험 가입자 - 즉 전국민 - 에게 차등없이 의료서비스를 지정해야 한다는 거죠[/fn]의 폐지 혹은 완화[fn]즉 어떤 보험에 가입되어 있느냐에 따라 환자를 가려 받을 수 있다는... 즉 돈 많은 사람만 골라서 받을 수 있다는...[/fn] 여부가 될 텐데요. 마침 어젠가 그저껜가, 김성이 복지부장관이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의료보험 당연지정제를 손대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의사협회에서는 당장 반대 성명을 내놨구요.
이 양반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의료사회주의니 뭐니, 마이클 무어가 비웃고 조롱하던 내용들과 어찌나 똑같은지, 쓴 웃음이 나오더군요. 한편으로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개선" 어쩌고 하는 내용도 보이는데, 이 얘기는 의약분업 때도 똑같이 나온 얘기고 하여간 의료서비스 관련해서 이해 관계가 상충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동어 반복이거든요. 당연지정제 유지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사이에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자세히 설명이 안되어 있는 듯하여 저도 모르겠습니다.
성명 내용에 보면 "의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한국 보건의료의 토대를 무시하고 의료사회주의자들이 주창하고 있는 당연지정제를 고수한 채 새로운 선택의 길을 막아버린다면" 어쩌고 하는 부분이 있나본데, 대한민국 의사들이 도대체 어떤 희생들을 하고 계시는 건지...?????? 의사 여러분들은 지금 자신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독점적으로 누리고 계시는 경제적 사회적 혜택의 수준은 특별한 자신들에게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건가 봅니다. 미국 빼고 영국 프랑스 캐나다는 다 의료사회주의를 시행하고 있는 거구요.



한국 의사들은 한국의 의료수가가 미국 만큼 높지 않은게 상당히 억울한 모양인데,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대신 의료 시장을 개방하자고 하면 어떻게 나올 지 궁금하군.
근데 왜 넌 미국에 사는 K하고만 연락하며 지내는거냐? 미국에 사는 C도 있는데.. :)
알다시피 곽군은 절대 먼저 연락 안한다는 거
아...그 점을 깜박했군.